
부동산 세제, 20년 만의 구조 전환이 시작된다
이달 말,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세법 개정안이 발표됩니다.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의 뼈대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편은 무게감이 다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 문제를 7월 중 발표하겠다고 못 박았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 조정을 공식화했습니다. 실거주자든 다주택자든, 지금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하반기 의사결정에서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 세제 개편인가
정부가 그동안 꺼내 든 대출 규제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 억제 카드는 이미 여러 차례 시장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런 규제만으로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세제 개편을 꺼냈습니다. 핵심 방향은 명확합니다. 거래세는 낮춰서 매물 출회와 주거 이동을 유도하고, 보유세는 높여서 투기적 보유의 유인을 줄이는 것입니다. 구 부총리는 “집은 바잉(Buying)이 아닌 리빙(Living)”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과 비거주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을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 확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OECD가 쏘아 올린 신호탄
이번 개편 논의에 힘을 실은 건 지난 7월 2일 발표된 OECD의 ‘2026 한국경제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한국 부동산 세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수치로 짚어냈는데, 그 내용이 꽤 인상적입니다.
| 구분 | 한국 | OECD 평균 |
|---|---|---|
|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 | 3.0% | 1.6% |
| 전체 조세 수입 중 부동산세 비중 | 11.7% | 5.1% |
| 부동산 세수 중 보유세 비중 | 29.4% | 56.0% |
| 부동산 세수 중 거래세 비중 | 50.4% | – |
핵심 요약: 한국은 부동산 세금을 이미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이 걷고 있지만, 그 세금이 보유 단계가 아니라 사고파는 거래 단계에 몰려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거래세가 높으면 집을 옮기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이사 수요가 막혀 매물 잠김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심해집니다.
OECD는 세수 총량은 유지하되(세수 중립적 전환) 거래세 비중을 줄이고 보유세 비중을 늘리면 주거 이동성이 개선되고 노동시장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보유세 확대는 고령층의 현금흐름 부담과 임대료 전가 가능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개편에서 가장 실질적인 파급력을 가진 변수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입니다. 이 비율은 2009년 도입 이후 2018년까지 8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1년 95%까지 올랐고, 이후 60%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인상 방침이 담기고, 하반기 시행령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80~10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 예시로 감을 잡아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면 같은 공시가격이라도 종부세 과세표준 자체가 커지므로,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체감하는 세 부담 증가폭이 큽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는 별도 기준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어, 무조건적인 증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래세는 정말 내려갈까 — 전문가들의 엇갈린 시각
양도소득세는 다주택자 중과가 이미 부활한 상태이며, 이번 개정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이나 한시적 완화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갈립니다.
- 긍정론: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완화가 함께 이뤄지면 절세 목적의 매물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중장기적으로는 실질적인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신중론: 매물 잠김이 풀리기보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인 상황에서 세제만으로 매물 출회를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주의할 점: 대만 사례처럼 보유세를 급격히 올리면 임대료 전가로 이어져 세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부작용 사례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급격한 개편보다는 예측 가능성을 높인 단계적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형별로 정리하는 나에게 미치는 영향
① 실거주 1주택자
정부가 실거주 1주택자를 별도 기준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므로, 당장 체감하는 세 부담 증가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공시가격 상승과 맞물릴 경우 종부세 과세 대상에 새로 편입될 수 있어, 공시가격 발표 시점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② 다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고가주택 보유세 강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반면 양도세 완화가 함께 시행된다면, 발표 직후의 일시적 거래 창구를 활용해 매도 타이밍을 조율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합니다.
③ 비거주 1주택자(투자 목적)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대상입니다. 실거주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세 부담 차이가 커질 수 있어, 실거주 전환 여부를 미리 검토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보유 중인 부동산의 공시가격 기준 종부세 시뮬레이션을 미리 돌려보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시나리오별 부담액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매도를 고려 중이라면 세법 개정안 발표 직후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거래 변동을 협상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세무사와의 상담을 통해 실거주 요건,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여부 등 개인별 세부 조건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을 권합니다.
마치며
이번 세제개편은 단순한 증세가 아니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거래는 무겁고 보유는 가벼운”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OECD의 권고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물리면서 개편의 명분은 이미 갖춰진 상태이고, 남은 건 구체적인 세율과 적용 시점입니다. 7월 말 발표될 세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에 따라 하반기 시장의 방향이 갈릴 수 있는 만큼, 실거주자든 다주택자든 발표 직후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워두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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